로봇 팔이 산업용 모터를 줄인 것이 아닌 이유
모터 물리학은 크기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스케일링 법칙으로 로봇 액추에이터가 왜 만들기 어려운지, 휴머노이드 로봇이 왜 어색하게 움직이는지 설명한다.

몇 달에 한 번꼴로 새로운 휴머노이드 로봇 데모가 화제가 된다. Boston Dynamics의 Atlas가 뒤공중제비를 하고, Tesla의 Optimus가 물건을 분류하고, Figure의 로봇이 선반에 물건을 쌓는다. 데모는 인상적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한 가지가 눈에 띈다. 움직임이 느리고 신중하며 조심스럽다. 이 로봇들은 놀라울 만큼 무거운 것을 들 수 있지만, 던져진 공은 잡지 못한다. 걸을 수는 있어도 전력 질주는 못 한다. 물건을 쥘 수는 있어도 빠르고 정밀한 손가락 동작이 필요한 일은 하지 못한다.
원인은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물리학에 있다. 정확히 말하면 전기 모터가 크기에 따라 어떻게 스케일링되는지의 문제다. 모터의 동작을 지배하는 스케일링 법칙은 크기에 따라 극적으로 달라지고, 이 변화가 현재 로봇 액추에이터의 한계 대부분을 설명한다. 로보틱스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이 스케일링 법칙을 반드시 이해해야 하며, 사람처럼 움직이는 로봇을 만드는 일이 기존 로봇을 단순히 키우거나 줄이는 것보다 근본적으로 어려운 이유도 여기서 드러난다.
다시 등장한 제곱-세제곱 법칙
제곱-세제곱 법칙은 물체의 크기가 커질수록 부피가 표면적보다 빠르게 증가한다는 관찰이다. 이 법칙은 전기 모터에 특별한 방식으로 영향을 준다. 모터의 토크는 부피에 비례하고(대략 선형 치수의 세제곱), 모터의 열 방출은 표면적에 비례한다(선형 치수의 제곱). 모터 크기를 두 배로 키우면 토크는 8배가 되지만, 열은 4배만 방출할 수 있다.
그래서 대형 모터가 상대적으로 효율적인 것이다. 산업용 로봇 팔의 모터는 발열량에 비해 표면적이 넉넉해서 과열 없이 높은 듀티 사이클로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같은 모터를 로봇 손가락용으로 줄이면 열 문제가 거꾸로 나타난다. 토크는 작은데 열을 발산할 표면적은 더 적어진다. 작은 모터는 지속 부하가 걸리면 금방 과열된다.
Motor scaling (approximate):
Motor diameter Torque (relative) Heat dissipation (relative)
100mm (arm) 1.0x 1.0x
50mm (wrist) 0.125x 0.25x
25mm (finger) 0.016x 0.063x
10mm (fingertip) 0.001x 0.01x
The ratio of torque to heat dissipation:
100mm: 1.0 (can run continuously)
50mm: 0.5 (needs duty cycling)
25mm: 0.25 (overheats quickly under load)
10mm: 0.1 (barely usable for sustained force)
Small motors are proportionally weaker AND hotter.
관성 문제
또 다른 핵심 스케일링 문제는 관성이다. 관성은 회전 속도의 변화에 저항하는 성질이다. 모터의 회전자에는 질량이 있고, 그 질량은 관성을 가진다. 로봇 관절을 빠르게 움직이려면 모터가 회전자를 가속하고 감속해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토크는 회전자의 관성 모멘트에 비례한다.
문제는 많은 로봇 액추에이터에서 회전자의 관성이 부하의 관성보다 크다는 점이다. 모터는 움직여야 할 대상을 움직이는 데보다 자기 자신을 움직이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쓴다. 10파운드짜리 펜으로 글씨를 쓰는 것과 같다. 펜을 움직이는 것은 가능하지만, 펜의 관성과 싸우느라 빠르고 정밀한 동작은 할 수 없다.
이 문제는 로봇 팔에서 특히 심각하다. 어깨 모터는 페이로드뿐 아니라 팔꿈치와 손목의 모터까지 움직여야 한다. 관절이 하나 추가될 때마다 그 위쪽 관절들이 극복해야 할 관성이 늘어난다. 이렇게 연쇄적으로 쌓이는 관성 때문에 로봇 팔은 길어질수록 느려지고 정밀도도 떨어진다. 크레인의 팔 길이가 무한정 늘어날 수 없는 것과 같은 근본적인 제약이다.
기어비: 트레이드오프
기어링은 모터 토크가 부족할 때 쓰는 표준 해결책이다. 100:1 기어비는 속도를 100으로 나누는 대신 토크를 100배로 늘린다. 덕분에 작고 빠른 모터로도 무거운 관절에 필요한 토크를 낼 수 있다.
그 대가는 역구동성(backdrivability), 즉 출력 쪽에서 모터를 거꾸로 밀 수 있는 능력의 상실이다. 기어 열차의 마찰 때문에 기어비가 높은 모터는 출력 측에서 사실상 잠겨 있다. 그래서 로봇은 자신에게 가해지는 힘을 느끼지 못한다. 사람이 팔에 부딪혀도 팔은 양보하지 않고 단단한 장애물처럼 버틴다. 이는 안전 문제(로봇이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음)이자 기능 문제(콘센트에 플러그를 꽂는 것처럼 힘 감지가 필요한 작업을 할 수 없음)다.
기어비를 낮추면 역구동성은 유지된다. 모터가 외부 힘을 느끼고 반응할 수 있다. 하지만 기어비가 낮으면 모터가 필요한 토크를 전부 스스로 만들어야 하고, 그러려면 더 크고 무거운 모터가 필요하며, 무거운 모터는 관성을 늘리고, 늘어난 관성은 다시 더 많은 토크를 요구한다. 악순환이다.
최신 로봇은 이 문제를 어떻게 풀고 있나
로봇 설계자들은 모터 스케일링의 한계를 우회하기 위해 여러 기법을 쓴다.
- 준직접 구동(Quasi-direct drive). 지름이 크고 얇은 모터를 낮은 기어비(5:1~10:1)와 함께 쓴다. 큰 지름 덕분에 관성을 크게 키우지 않고도 토크를 확보할 수 있다(관성 모멘트는 전체 질량이 아니라 질량이 어떻게 분포하느냐에 달려 있다). 낮은 기어비는 역구동성을 보존한다. MIT의 Cheetah 로봇과 최근 나온 많은 휴머노이드가 이 방식을 쓴다.
- 직렬 탄성 액추에이터(SEA). 모터와 관절 사이에 스프링을 둔다. 스프링은 충격력을 흡수해 모터와 주변 환경을 보호하고, 에너지를 저장해 보행에 유용하며, 스프링의 변형량을 측정해 힘을 감지하게 해 준다. 대부분의 다리형 로봇이 SEA를 쓴다.
- 건(腱) 구동 시스템(Tendon-driven systems). 모터를 몸통으로 옮기고 케이블(건)로 관절과 연결한다. 팔다리에서 모터 질량이 빠지므로 관성이 크게 줄어든다. 사람의 손이 바로 이런 방식이다. 손가락을 움직이는 근육은 전완에 있고 건으로 연결되어 있다. 여러 정교한 로봇 손도 같은 원리를 쓴다.
- 유압 액추에이터(Hydraulic actuators). 큰 힘이 필요한 용도에서는 전기 모터를 아예 우회한다. 유압 실린더는 힘 대 무게 비율인 출력 밀도가 뛰어나고 자연스럽게 역구동이 가능하다. Boston Dynamics의 초기 Atlas가 유압식이었다. 단점은 유압 시스템이 지저분하고 시끄럽고 복잡하다는 것이다.
휴머노이드가 느리게 움직이는 이유
이런 제약을 감안하면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의 느리고 신중한 움직임은 납득이 간다. 빠른 동작에는 높은 가속도가 필요하고, 높은 가속도는 회전자 관성을 이겨내야 하며, 이를 이기려면 엄청난 토크가 필요하다. 그 토크는 큰 모터(더 많은 관성)나 높은 기어비(역구동성 상실) 중 하나로 얻어야 한다. 물리학이 빠져나갈 길을 막고 있는 셈이다.
사람은 이 문제를 전혀 다르게 푼다. 우리의 근육은 근본적으로 다른 액추에이터다. 근육은 관성이 거의 없고(부드럽기 때문), 자연스럽게 유연하며(스프링처럼 작동), 기계식 기어 없이도 힘을 낼 수 있다. 사람의 손은 27개의 뼈를 34개의 근육으로 제어하며 놀라운 정밀도, 속도, 힘 감지 능력을 보여 준다. 이를 전기 모터와 기어로 재현하는 것은 원리적으로 가능하지만, 생물학이 기본으로 해결하는 스케일링 문제마다 공학적 해법을 따로 찾아야 한다.
그래서 날달걀을 깨지 않고 집기, 바늘에 실 꿰기, 신발끈 묶기 같은 정교한 조작은 로보틱스에서 여전히 가장 어려운 미해결 문제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이런 작업을 이해하고 계획하는 소프트웨어는 머신러닝 덕분에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 손의 속도, 정밀도, 힘 감지에 맞먹는 하드웨어, 즉 액추에이터는 아직 따라잡는 중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위한 정리
모션 플래닝, 제어 시스템, 인식 등 로보틱스 소프트웨어를 다룬다면 액추에이터 물리학을 이해하는 것이 코드를 짜는 방식을 바꿔 놓는다. 모터의 토크 대 관성 비율이 허용하는 것보다 빠르게 관절을 움직이라고 명령할 수 없다. 액추에이터가 역구동 가능하다면 무한한 강성을 가정할 수 없다. 모터가 작다면 열 한계를 무시할 수 없다.
최고의 로봇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의 한계를 무시하는 대신 그 한계와 함께 일한다. 토크 한계를 존중하는 궤적 플래너는, 최적 궤적을 생성한 뒤 컨트롤러가 잘라내도록 맡기는 플래너보다 더 부드럽고 빠른 움직임을 만든다. 모터 동역학을 모델링하는 제어 시스템은 모터를 이상적인 토크 소스로 취급하는 시스템보다 더 나은 힘 제어를 보여 준다.
모터 스케일링 법칙은 하드웨어 제약이 소프트웨어의 가능성을 어떻게 형성하는지 상기시켜 준다. 다음에 휴머노이드 데모를 보면서 왜 이렇게 조심스럽게 움직이는지 궁금해진다면 이것을 기억하자. 소프트웨어는 더 빠른 움직임을 준비했을지 몰라도, 작은 전기 모터의 물리학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로봇이 사람처럼 움직이려면 더 나은 AI만으로는 부족하고, 근본적으로 더 나은 액추에이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소프트웨어 문제가 아니라 물리학 문제다.


